대학교 4학년 때 민사소송법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셨던 책이 한 권 있었다. 무라카미 하루키의 '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'라는 책이었다. 그리고 나는 하루키의 팬이 됐다.
하루키의 에세이와 소설을 보기 전까지는 그저 이야기를 읽는데 급급했다고 할까, 뭐 그런 식으로 책을 끝내기에 바빴던 것 같다.
그러나 하루키 소설을 보게 되면서는 의미있는 구절을 찾는 보물찾기와 같은 여정으로서 책을 읽게 됐다.
때때로 마음에 드는 소절을 옮겨 적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보곤 했다.
제대로 교육과정에서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을....너무 뒤늦게 안 것이 아닌가, 하고 아쉬워 할 때가 많았다.
마라토너인 하루키는 그의 에세이에서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공감가는 이야기를 많이 던져준다. 종종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 그가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사실에 놀란다. 그는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능력을 지녔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.
틈틈히 그의 글 가운데 공감 가는 부분을 적어보려고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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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계와 경향을 지닌 나의 육체인 것이다.
얼굴이나 재능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는 데가 있어도
달리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.
나이를 더해가면 그런 안배가 자연스럽게 가능해지게 된다.
냉장고를 열어 거기에 남아있는 것만 써서
적당한 (그리고 어느 정도는 맛있는) 요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.
사과와 양파와 치즈와 우메보시 밖에 없다고 해도 불평하지 않는다.
있는 것만으로 참는다.
뭔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.
그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며 얻게 되는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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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무라카미 하루키, ‘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’
제4장 나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. 중에서…
지금보다 젊었을 때에는 삶에 대한 불만이 더 많았던 것 같다. 돈이 조금더 있다면, 여자를 만날 수 있다면, 능력이 출중했다면, 뭐 이런 저런 불만과 소망사이에 자주 흔들렸다. 하지만 하루키의 글을 읽으면서 돌아볼 시간이 생겼다는 데서 그에게 고맙게 생각한다.
2020.12.05. NewsboyKoala ʕ•ᴥ•ʔ 报童考拉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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